한 때 우리나라를 커피공화국으로 이끈 (지금도 여전히 커피공화국이지만) 쌍두마차가 있었죠. 스타벅스와 카페베네입니다.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 카페베네는 가맹점으로 세를 확장해 커피 열기를 달궜습니다. 이외에도 커피빈,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 이디야 등 무수히 많은 커피브랜드가 자웅을 겨루며 커피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더랬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때는 그랬었네요.
지금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카페베네를 필두로 한 토종 커피 브랜드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알뜰커피에 많이 잠식당했죠. 그럼 스타벅스와 쌍벽을 이뤘던 그 많던 카페베네 매장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1. 카페베네의 시작
카페베네는 2008년 김선권 대표가 설립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입니다. 김선권 대표는 캐나다 여행 중 도넛과 커피 프랜차이즈인 '팀홀튼'에서 영감을 받아, 유럽풍 카페를 모티브로 한 카페베네를 창업했습니다. 초기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디저트 메뉴로 빠르게 성장했죠. 가맹사업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만 확보한다면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었던거죠. 당시에는 카페베네 창업 열풍도 꽤 거셌습니다. 그만큼 사업이 잘 됐단 얘기죠.
2. 카페베네의 전성기
카페베네 매장은 2010년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는데요. 2010년 9월에 300호점, 2010년 11월에 400호점, 2011년에 500호점, 2012년 10월에 800호점을 돌파한 것에 이어 2013년 8월에 1000호점을 돌파하게 됩니다. 매장이 너무 많아 당시 '바퀴베네'라는 별명까지 붙었었죠.
점포 확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루어졌는데, 당시 중국에 250여개, 미국에 80여개의 매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밖에 일본, 몽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에도 매장이 있었다고 하니 엄청난 확장이었네요.
3. 독이 된 무리한 성장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 이미 몰락의 징후가 내포돼 있었어요.
질보단 양에 초점을 맞추면서 '맛'이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요. '바퀴베네'라는 별명은 비단 매장 수가 많아서만 생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결국 매장이 늘어나는 데 반해, 매출이 따라와주지 않으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2014년에는 매장이 1000여개에 달했지만, 2012년 2208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3년 1874억원, 2014년 768억원으로 급감하게 돼요.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급증하게 되는데요. 2011년 265%였던 부채비율은 2014년 852%까지 치솟습니다. 2014년 말에는 상황이 악화돼 부채비율이 1400%에 이르렀고, 2015년 초 2431%, 2015년 말 2636%로, 늘어야 하는 매출은 외려 줄고 갚아야 할 빚의 양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돼죠.
4. 카페베네의 몰락
카페베네 이후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대형 빵집 '마인츠돔', 드러그스토어 '디셈버투애니포' 등을 잇달아 론칭했는데 전부 시쳇말로 말아먹었죠.
2017년 4월 카페베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집니다. 2016년 순손실만 336억원에 달하면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결국 2018년 1월 지속적인 경영난에 무릎 꿇고,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합니다. 같은 해 10월 기업회생절차에서는 벗어났지만 경영난은 지속됩니다.
5. 카페베네의 현재
카페베네는 2019년 7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제시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년 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매장 수는 매년 감소하는 중이라고 하니까요.
2022년 기준 카페베네의 전국 매장 수는 176개라고 합니다. 1000개를 넘어섰던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줄어든 숫자네요. 과연 카페베네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