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박빙을 내다 본 언론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거인단은 물론, 전국 득표 수에서도 카멀라 해리스를 큰 차이로 따돌리면서 반박의 여지없는 승리를 따냈습니다.
제 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물론,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이 끝나야 정식 임기가 시작되겠지만, 남은 두 달여 동안 누가 바이든 대통령의 눈치를 보겠습니까? 안 그래도 대선 후보직을 해리스에게 물려주는 순간부터 레임덕이 가시화 됐었는데, 인수위가 꾸려지면 트럼프가 명실상부한 미국의 대통령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죠. 각종 군사, 외교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해 트럼프의 입김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글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톺아봤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자산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제 전망은 아니고요. 공신력 높은 전문가들이 전망한 뷰를 취합했으니, 편안하게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1. 통화
당분간은 달러 강세로 인해 주요국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줄곧 주장해 왔죠. 그리고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관세'입니다. 대규모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관세를 높이면, 수입물가가 높아지게 되고, 이게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죠.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든다면, 금리인하에 나섰던 미국 연준도 별 수 없죠. 금리를 다시 올려야겠죠. 경기가 부러질 우려가 있으니, 당장에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금리인하에 적극 나서기는 어렵겠죠.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강달러를 유발할 수 있겠고요.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니까요. 아직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강달러를 점치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의 통화가 이미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화 가치 추이는 우리나라의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달러화를 위시로 한 글로벌 통화의 가치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군요.
2. 채권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트럼프 2.0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대규모 법인세 인하로 초래될 미국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규모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향후 10년 간 7.5조달러(1경원) 가까이 연방 재정 적자가 확대된다면 시장금리는 떨어지기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겠죠. 미국 채권 금리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오른 게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거라고 봅니다.
11월 7일 기준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4%를 웃도는 수준인데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 수준까지 치솟는다면 금리가 낮을 때 사둔 장기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금융회사들, 전 세계 연기금의 부실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겠고요. 지난해 실리콘밸리뱅크 파산과 같은 충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겠죠.
3. 주식
주식시장은 트럼프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법인세 인하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타겠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고, 연준이 금리인하를 중단한다면 랠리가 꺾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주식시장 얘기입니다. 요즘 미국 주식에도 많이들 투자하시니까요.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커플링이 많이 약화됐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이래저래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라도 하면 한국 증시는 피토하니까요.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인하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은 S&P 500 기업의 이익을 약 4%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듯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폭탄 탓에 물가가 치솟으면, 금리 인하가 중단되고, 유동성이 걷히면서 결국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할텐데요. 트럼프 당선으로 시작된 트럼프랠리가 연말 산타랠리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군요.
4. 상품
트럼프는 환경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첫 집권 때 그랬듯이 환경규제를 풀면서 셰일가스와 석유를 최대한 많이 뽑아 미국 내 수요를 충당하고, 수출하려 하겠죠. 미국의 공급 확대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를 비롯해 석유 가격을 누르는 요인이 될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급한대로 미국 내 전략유 비축량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채운다면, 유가가 마냥 하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중론이고요. 이제 석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건 OPEC+가 아니라 트럼프가 될 공산이 크겠군요.